2016년 5월 8일 일요일

[그라치아] '여성'스러운 여자가 되는 방법

+그라치아 77호에 기고한 글입니다.

 혹시 인생이 너무 평탄해서 걱정이라면 머리를 잘라라. 평소 긴 머리를 즐겨했다면 더욱 효과가 좋을 것이다. 머리를 자르는 것만으로 인생이 스펙터클 해질 수 있다니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다.

"잘라주세요"

이 한마디면 미용실에서 사연 있는 여자 1순위가 될 수 있다. 여자가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했다니 실연을 당했거나 인생에 큰 변화가 있었을 거라 지레 짐작한다. 한 때 머리를 허리까지 길었던 적이 있었다. 게을러서 미용실에 한동안 못 갔더니 어느새 라푼첼이 되어있었다. 자르기로 결정하고 미용실에 갔는데, 가위를 들고 머뭇거리는 스타일리스트와 기싸움을 하게 되었다. 그녀는 나에게 정말 잘라도 되는 지 몇 번이고 묻다가 결국 내 머리를 잘라 주었다.
난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편이다. 머리가 짧으면 일단 편하다. 머리를 감는 데 걸리는 시간도 머리가 길 때에 비해 반으로 단축된다. 그러나 그동안 살면서 머리가 짧다는 이유 만으로 여러가지 귀찮은 이야기들을 들어왔다.

"혹시 운동 해요?"

"그렇게 머리가 짧으면 남자들이 싫어하지 않나?"
"되게 보이쉬 하다"
뭐 틀린 말은 아니다. 여성 '운동'을 해왔고, 머리 길이에 집착하는 남자들은 분명 날 싫어할 테니. (먼저 피해줘서 고마워.)

그런데 그 다음 말이 참 재미있다. 난 여자인데도 여자가 아닌 ‘보이쉬’하고 ‘중성적’인 여자가 된 것이다. 단지 머리가 짧다는 이유 만으로 말이다.


포털 사이트 메인에 뜨는 여자 옷 광고를 보면 이 시대가 원하는 ‘여성상’을 한 눈에 볼 수 있다. 결혼 시즌인 5월이 다가오니 요즘엔 결혼식 겨냥 문구가 눈에 띈다. 옷 입고 결혼식에 가면 신랑 친구가 너만 쳐다볼걸. 이런 식이다. 물론 그 옷은 ‘여성스러운’ 원피스다.머리에서 발끝까지 ‘여성스러워’진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? 

‘여성’스럽다는 게 과연 뭘까? 
머리를 길고 원피스를 입고 무릎을 모으고 앉아 뜨개질을 하면 여성스러운 여자가 될 수 있을까?
머리만 잘라도 당장 ‘보이쉬’ 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있다. 가위질 몇 번으로도 허공에 날아가 버리는 게 바로 ‘여성성’이다.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‘여성성’에 굳이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.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‘여성성’의 틀에서 조금 벗어나도 좋을 것이다. 
엠버가 말했듯이 여자에게는 각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살아갈 자유가 있으니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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